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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 시대 성큼...“기업 지원 강화로 기술 경쟁력 키워야”

양자 컴퓨터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술적 진보와 시장 성장을 이루면서 양자 컴퓨터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 시장은 기술 향상과 새로운 기업 등장에 힘입어 2024년부터 2044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 컴퓨터가 연구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으로 나오는 것이다.


최근 양자 컴퓨터 시장의 첫 특징은 학문적 호기심에서 공학적 응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과학 이론 및 실험적 연구에 중점을 뒀으나 이제는 실제 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이 강조된다. 이는 양자 컴퓨터 기술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적용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양자 하드웨어(HW) 기술 발전과 동시에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 개발 또한 적극 추진되고 있다.


핵심 HW인 QPU(Quantum Processor Unit) 성능이 향상되고 큐비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초전도 양자 컴퓨터는 1000큐비트를 돌파했고 클라우드 양자 시뮬레이션에 접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는 큐비트의 안정성과 오류 수정 기술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됐다.


양자 SW는 신약 개발,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성장이 두드러진다.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양자 알고리즘을 통해 빅데이터 처리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수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유럽과 아태지역 양자 기업의 급부상도 특징 중 하나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늦게 진입한 유럽과 아태 지역 국가도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핀란드 양자 컴퓨터 기업 IQM와 국립기술연구소 VTT, 극저온 시스템 기업인 블루포스, 네덜란드 QPU 업체 퀀트웨어 등 유럽 기업의 성장이 돋보인다. 아태지역은 한국,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양자 생태계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 아직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대학교 중심이지만 최근 기업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듈화와 가격 인하로 양자 컴퓨터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모듈화는 개발자가 필요에 따라 작은 단위의 양자 컴퓨팅 리소스를 조합해 목적에 맞는 컴퓨팅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다. 모듈화는 양자 컴퓨터 가격을 낮추고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글로벌 양자 산업이 급성장하며 상용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현 개발 속도라면 세계적 양자 기업이 모여 있는 북미에서 첫 상용화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국도 낙관적이다. 'K 양자 컴퓨터'의 저력을 보여줄 기업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자 컴퓨터 상용화 직전 단계인 지금이 양자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기로 투자와 지원의 적기입니다.”


양자 컴퓨터 전문 기업 노르마의 정현철 대표는 “국내 기업의 고군분투에도 글로벌 기업과의 양자 기술 격차가 크다”면서 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글로벌 기술수준 지도'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 기술 순위는 미국을 100점이라고 할 때 한국은 2.3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려면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현재는 대학과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국가과제를 주는 방식으로 양자 산업을 간접 지원한다”면서 “양자 연구원 채용을 지원하거나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육성하는 등 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확대되면 국내 양자 산업 전반이 빠르게 커지고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르마는 2011년 무선 네트워크 보안으로 출발해 사물인터넷(IoT) 보안과 양자내성암호(PQC) 보안을 거쳐 2022년 이후 양자 컴퓨팅 사업으로 전환했다. 최근 국내 양자 기업 최초로 해외 유력 VC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싱가포르 국부 펀드 버텍스 홀딩스의 자회사인 버텍스 벤처스 차이나로부터 100만달러(한화 약 14억원) 투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양자 기업 최초 해외 투자 유치 성공, 국내 최초 양자 컴퓨터 개발 착수 등 양자 업계에서 '최초' 타이틀을 써가고 있다.


정 대표는 “양자 컴퓨터 글로벌 1위 기업인 IBM이 1000큐비트 양자 컴퓨터 개발에 성공하는 등 양자 시대가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있다”며 “노르마는 '한국 최초 산업용 양자 컴퓨터 런칭'이라는 목표 아래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노르마의 양자 컴퓨터 사업이 단기간에 고속 성장한 이유로 시장 흐름과 속도에 맞춰 역량을 양자 컴퓨터 사업에 집중한 점, 글로벌 유력 양자 기업과 적극 협업해 기술력과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보한 점을 꼽았다.


노르마는 퀀텀 플랫폼과 퀀텀 AI팀을 주축으로 양자 컴퓨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양자 컴퓨터 기업 IQM과 애니온, 핀란드의 극저온 시스템 기업 블루포스, 네덜란드 QPU 기업 퀀트웨어, 스위스의 양자 컴퓨터 측정 장비 기업 취리히 인스트루먼트 등과 협력하며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췄다.


노르마는 시제품인 5큐비트 양자 컴퓨터 '큐리온(Qrion)'을 올해 출시하고, 내년 100큐비트 이상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큐리온은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오류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내놓은 양자 프로그램 개발·실행 지원 환경인 'Q 플랫폼'과 연동돼 풀스택을 지원하고 활용성이 높다. 신약 개발, 우주 항공, 핀테크 분야에 우선 도입 예정이다.


정 대표는 시제품 큐리온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산업용 양자 컴퓨터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노르마는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풀스택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경쟁력이 있다”며 “글로벌 기업 및 국내 산학연과 협력해 큐리온을 런칭하고 나아가 양자 산업을 리딩하며 관련 생태계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이호준 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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