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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양자-반도체 기술 뿌리… 기초과학이자 첨단과학으로 봐야”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전 세계에서 최근 급부상하는 첨단테크 분야가 모두 물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죠. 이 같은 첨단 분야가 ‘기초과학’이라기보다 ‘기술’로만 받아들여지는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차기 한국물리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역거점대학을 제외한 지방대들이 물리학과를 폐지할 정도로 위기다. 다음 세대가 물리학을 다시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72년 학회 역사상 첫 여성 회장으로도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내년 1월부터 2년간 학회를 이끌 윤 교수는 1986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미국 퍼듀대에서 핵물리학이론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는 인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달 초 인하대에서 만난 윤 교수는 다음 세대를 위한 물리학 연구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물리학이 첨단기술과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오해, 열악한 지원과 처우 등으로 기피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물리학에 대한 대중 인식을 바꿔 나가기 위해 반도체, 양자컴퓨팅,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 대중 강연도 학회 중심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윤 교수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기초과학을 등한시하는 풍조, 과학기술인에 대한 암담한 처우 등으로 물리학 연구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무너진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여러 과학 관련 기관 및 단체와 함께 대정부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학회장 선거 기간에 전국 대학 및 연구소를 돌며 많은 물리학자로부터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구 생태계가 크게 무너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연구비’와 소외된 연구 분야까지 지원할 수 있는 ‘블록펀딩’이 가장 크게 삭감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그동안 연구해놓은 백신 연구가 빛을 본 것처럼 물리학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학문으로 나중에 빛을 볼 연구를 위한 다채로운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예전에는 자부심으로 학문을 선택했지만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고, 과학기술인에 대한 암담한 수준의 처우는 기초과학을 외면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었다”며 “처우가 전부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생활, 자부심과 연관된 부분이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리학계는 이번 윤진희 차기 회장 선출은 학계에 내재한 변화에 대한 요구가 반영됐다고 본다. 윤 교수가 인하대에 부임할 당시인 1995년에만 해도 물리학계에 여성이 거의 없었다. 이후 여성 교수가 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물리학계 여성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학회장 성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남성 위주에 학연이 우선시되는 측면이 있던 물리학회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미국물리학회 회장도 한국계 여성인 김영기 시카고대 교수가 맡는 등 세계 물리학회의 여성 파워가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교수는 “처음 학회 일을 시작한 2002년엔 물리학과 여교수가 손에 꼽혔는데 이후 굉장히 많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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