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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다음 팬데믹 대응에 양자컴 동원…한국도 평생 바이러스 연구자 키워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미국은 제2, 제3, 제4 팬데믹을 예상하고 체계적으로 대비 중입니다. 언젠간 반드시 닥치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도 빠르게 바이러스뿐 아니라 면역, 백신, 유전학, 인공지능(AI) 전문가를 한 데 모았습니다. 목표는 하나. 다음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는 미국 4대 병원 중 한 곳이 있다. 바로 한국 의학드라마에도 종종 소개되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이다. 이곳에 하버드대 의대 종신 교수를 마다하고 자리를 옮긴 정재웅 암생물학과 교수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대한면역학회(KAI), 대한바이러스학회(KSV)와 17∼19일 공동 주관한 'IBS-KAI-KSV 바이러스 및 면역 콘퍼런스' 연사로 참가한 그를 19일 만났다. 그는 미국은 '치열하게' 다음 팬데믹을 대비 중이라며 한국도 같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35년간 바이러스를 연구한 정 교수는 세계적인 종양 바이러스 석학이다. 서울대 식품생명공학 학사, 동대학원 식품미생물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미생물학 박사 등을 거쳐 한국인 최초 하버드 의대 종신교수를 지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는 면역 관련 유전자를 발견하고 상관관계를 연구해 왔으며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호암상 의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병원체 연구와 인간 건강 글로벌 센터'를 이끌고 있다. 

 

이런 정 교수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충격'이었다. 매일 보던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생활, 생각 등 전반을 변화시키는 것을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학계, 산업계 등이 다 충격이었다"면서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해 생물의학 분야에서 과학연구가 산업으로 연결되는 기간이 급속도로 짧아졌다"고 말했다. 연구가 신약 및 백신 개발, 치료 적용 등으로 이어지려면 일반적으로 과거에 10년가량 걸렸다면 현재는 6개월~1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교수가 책임으로 있는 병원체 연구와 인간 건강 글로벌 센터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설립됐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다음 팬데믹이나 의료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빠르게 설립됐다.

 

오하이오 주정부를 포함해 5억 달러(약 7000억 원) 투자를 받았다. 단순히 감염병 전문가만 있지 않고 백신, 암, 제약 등 다채로운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있다. 정 교수는 "센터에서는 전 세계 감염병 관련 논문을 샅샅이 분석하고 주요 하수를 분석하는 등 어떤 감염병이 팬데믹을 가져올 확률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분석에 그치지 않고 백신, 신약 개발까지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IBM의 양자컴퓨터까지 도입했다. IBM 시설 밖에 설치된 첫 양자컴퓨터였다. 특정 단백질 타깃 약물 스크린 및 최적화, 수술 후 위험 예측 모델 등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AI를 적용해 게놈 시퀀싱,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어떻게 신약을 개발할지도 연구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도 바이러스 전문가 등 인력을 키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감염병 위기에 즉각 대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19 변이가 확산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 코로나19 증가세는 예년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지카, 코로나19 처럼 대유행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전문가를 즉시 투입하는 게 필요한데 바이러스를 잘 모르는 사람을 즉시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에서도 바이러스를 평생 연구할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한 건 미국 유학 시절부터다. 당시 한국에서 결핵 바이러스로 숨지는 사람이 많아 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정 교수는 "바이러스로 유발되는 암은 바이러스만 해결하면 완벽히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명확한 점이 마음에 들어 종양 바이러스학에 연구에 몰입했다"고 했다.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늘 생각해야 한다"고 정 교수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의사과학자들은 병원에 가서 환자를 자주 봐야한다고 했다. 연구가 수천, 수만 명 그 이상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자를 평가할 때 얼마나 유명한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했느냐가 아닌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가장 많이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엿다.

 

동아사이언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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